아침 산사
정하선
가슴에 하얀 털 숲 머리 스쳐 날아가
솔가리 쌓여있는 폭신한 땅 다복솔 밑
날개 접어 살며시 내려앉는 범종소리
여승의 청자 빛 불경소리
하얀 새벽길로 섰다가
하늘로 스며드는 공양밥 짓는 연기
목련꽃잎 두어 장 댓돌에 벗어놓은 흰 고무신
흰나비 앉는 양 치맛자락 여며 버선발 살포시
내려딛는 아침 예불 마치고 나오는 여인의
이마에 떨리는 첫사랑의 손으로 꽂아주던
비취빛 머리핀 같은 아침 첫 햇살
건너편 산자락 팔랑이도록
봄 꿩이 축포를 쏘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