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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

정하선 2015. 12. 22. 08:17

  

국화

 

                정하선

 

 

국화가, 국화가 피어있다

송이송이 무리지어 피어있다

황국은 황국끼리 백국은 백국끼리

기억은 검은색 동굴보다 깊어

국화는 심어준 사람을 모른다

서로의 색깔을 뽐내며 렌즈 앞에 서서

모델이 되려고 모가지를 뺄 뿐

염라대왕의 후궁들이 오줌을 쌌던 자리

지린내 사이로 뿌리를 뻗어

검고도 굵은 잎을 추켜들고 있다

지금은 해가 길어서 해가 길어서

검은 차광 망으로 하늘을 가린 후에야 핀

국화가 탐스럽게 피어있다 국화 앞 가득

향기롭다고 소리쳐도 어쩐 일인지

나비는 오지를 않는다.

 

정하선시집-무지개창살이 있는 감옥(예지북스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