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밥 먹여주던 손
정하선
이제는 없다
머리가 아파도
배가 아파도
머리에 열이 날 때도
배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도
조롱박에 쌀 가득 담아
보자기로 싸서 단단하게 움켜쥐고
머리를 문지르며
배를 문지르며
잡귀는 이 쌀 먹고 썩 물러나라
주문을 외던
할머니의 손
신기하게도 보자기 열면
쌀은 한 쪽이 움푹 비어있고
나는 씻은 듯이 낫고
내 몸에 정말 잡귀가 침노 했었나
손주 아끼는 할머니의 손이 무서워
잡귀는 쌀 한 줌 얼른 먹고 도망을 갔나
그 때는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