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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밥 먹여주던 손

정하선 2016. 11. 22. 07:32

잔밥 먹여주던 손

 

                      정하선

 

 

이제는 없다

 

머리가 아파도

배가 아파도

 

머리에 열이 날 때도

배가 부글부글 끓어오를 때도

 

조롱박에 쌀 가득 담아

보자기로 싸서 단단하게 움켜쥐고

머리를 문지르며

배를 문지르며

잡귀는 이 쌀 먹고 썩 물러나라

주문을 외던

할머니의 손

 

신기하게도 보자기 열면

쌀은 한 쪽이 움푹 비어있고

 

나는 씻은 듯이 낫고

 

내 몸에 정말 잡귀가 침노 했었나

손주 아끼는 할머니의 손이 무서워

잡귀는 쌀 한 줌 얼른 먹고 도망을 갔나

 

그 때는 그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