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대나물
정하선
할머니의 땀내 나는
치맛자락엔
자락자락 끈기의 짙푸른
아픔이 묻어있어서
가슴가득
울음이 찰랑거려도
얼굴은 꽃으로 위장하고
살아온 우리가족
사상이 이념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순하디 순한 밭고랑에
태어난 것이 죄라면 죄인데
동족에 끌려가 죽은 아버지의
고아라고 쏘아준 무시의 화살이 가슴을 뚫어서
동정의 손에 숨은 손톱에 할퀴어서
마디마디 상처 난 아픔의 수액이
흐르고 흘러 얼음이 되어버려도
살아야 한다고 버티어온 한 생
미친 듯 웃음을 터뜨려보고 싶다
가슴 속에 울음이 찰랑거려도
광대가 되어 광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