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벌레
외 2편
정하선
찔레꽃 그늘 아래 가는 나뭇가지
가시 더러 있는 길을 외길을
자벌레 한 마리 기어갑니다
곁눈질 하지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체투지로 전 생애를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구부렸다 폈다
머리를 아래로, 아래로 숙이고
가늘고 긴 외길을 기어갑니다
정하선 시집 (한오백년_월간문학사_) 중에서
적막
봄 꿩이
축포 몇 발
보리밭 위로
쏘아올린 한 낮.
가로수
태양빛
가려주던
여름 그 잎을
지금 밟고 가네.
정하선 민조시집 (석간송석간수_ 한국문학세상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