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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자벌레. 적막. 가로수.

정하선 2020. 4. 12. 21:18

   자벌레

                   외 2편

                         정하선

 

 

찔레꽃 그늘 아래 가는 나뭇가지

가시 더러 있는 길을 외길을

자벌레 한 마리 기어갑니다

곁눈질 하지 않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오체투지로 전 생애를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 구부렸다 폈다

머리를 아래로, 아래로 숙이고

가늘고 긴 외길을 기어갑니다

 

 

정하선 시집 (한오백년_월간문학사_) 중에서

 

 

 

     적막

 

 

 

봄 꿩이

축포 몇 발

보리밭 위로

쏘아올린 한 낮.

 

 

 

   가로수

 

 

 

태양빛

가려주던

여름 그 잎을

지금 밟고 가네.

 

 

정하선 민조시집 (석간송석간수_ 한국문학세상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