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
외 1편
정하선
# 1
어떤 청년이 신형 컴퓨터를 사 가지고 기분이 몹시 좋아,
들고 오면서 춤을 추다 그만, 컴퓨터를 콘크리트 바닥에 떨어뜨렸다.
컴퓨터는 박살이 났다.
청년은 울상이 되어 깨진 컴퓨터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주위 사람들은 무엇이 그리도 우스운지 모두 배꼽을 잡고 웃고 있다.
봄 바지락
내가 아내의 어깨너머로 배운 요리의 두 번째가 바지락(전라도에서는 바지락을 반지락이라 한다) 국이다.
바지락 국 역시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쉬운 요리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것은 아니다. 맛은 일품이다.
바지락은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는 조개다. 언제 먹어도 맛이 있는 조개다.
제일 맛이 있을 때는 역시 여느 조개처럼 봄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 해안의 전역에서 잡히기 때문에 어디를 가나 먹을 수 있다.
번식력이 조개 중에서는 제일 좋은 것인지 조개 중에서 가장 흔한 조개가 바지락인 것 같다.
동해안에서 생산되는 것과 서남해안에서 생산되는 바지락은 약간 다르다.
생김도 다르고 맛도 다르다. 전라도 바지락에서는 깊은 맛이 나고 강원도 바지락에서는 맑고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다.
흔한 것만큼 요리 또한 여러 가지가 있다.
사람들이 제일 잘 알고 있는 것이 바지락 칼국수다. 외에도 바지락 국, 바지락 전, 바지락 회, 바지락 탕, 바지락 젓갈, 등등 수도 없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제일 잘해 먹는 바지락 요리는 바지락 국이다. 아마 전라도 지방에서 제일 많이 해 먹는 요리가 바지락 국일 것이다.
요사이 시장에 가면 바지락 1근에 이삼천 원이면 살 수 있다. 1킬로에 오천 원 정도 한다. 굵고 싱싱한 걸로 살 수 있어서 가끔 사다 먹는다.
어떤 가게에서는 국산이라고 더 비싼 곳도 있다. 그러나 수입인지 국산인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속이기야 않겠지만 차라리 속을 바엔 수입을 사 먹으면 속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 다만 물에 담겨 있으면서 살아있고 크기가 크면 좋다는 생각으로 사다 먹는다.
물에 담겨 있고 살아있으면 해감도 되어서 모래가 씹히지 않는다.
될 수 있으면 물에 담겨 있고 굵은 것으로 사는 것이 좋은 바지락 사는 비결이다.
만약 바다에 갈 기회가 있어서 바지락을 잡아온다면 소금물에 담가서 하루 정도 해감을 하여야 한다. 해감을 하지 않으면 모래가 씹혀서 맛있게 먹을 수 없다.
바지락국은 재료로 바지락과 소금만 있으면 된다.
바지락을 솥이나 냄비에 넣고 물을 자박하게 잠길 정도로 붓고 삶는다.
김이 오르면 바지락이 익어서 벌어진다. 이때 소금으로 간을 맞추면 요리 완성.
국물이 우윳빛으로 보얀 것이 곧바로 살로 갈 것 같다.
먹으면 속이 시원하다. 감칠맛이 그만이다.
영양가도 좋다고 하지만 영양가를 따지기 전에 맛이 있어야 음식으로 가치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영양가도 좋고 맛도 좋으면 금상첨화가 되리라. 이런 면에서 바지락 국은 좋은 음식반열에 앉으리라 생각한다.
더러 바지락 국이나 바지락 칼국수에 매운 고추를 넣은 수가 있는데 나는 이런 음식은 별로다.
예전에 어떤 바지락 칼국수 집에 가서 칼국수를 시켜먹었는데 매운 청양고추를 넣어서 사래가 들려 음식을 먹으면서 곤욕을 치른 일이 있기도 하다.
더러 파를 썰어 넣기도 하는데 이것마저도 쓸 데 없는 첨가물이다.
소금만으로 간을 맞추고 바지락 특유의 맛을 음미하는 요리가 바로 삶은 바지락에 소금으로 간을 한 바지락 국이다.
화장하지 않아도 예쁜 그런 맛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하선 에세이집 (견디며 사는 나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