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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선 2021. 1. 20. 21:26

 

 

정하선

 

 

꿩을 잡아야 한다

나는 보라매

번개 치던 밤 뜬눈

선반밀링에 갈아진

발톱과 부리

꿩을 잡아야 한다

암컷과 새끼를 위해

나락논 보리밭두렁

들쥐를 잡아오던

아버지의 피, 동맥을 잘라

아버지의 피를 쏟아버리고

주인을 위해, 오직 주인을 위해서만

닭고기를 던져주는 주인을 위해서만

꿩을 잡아야한다

나는 훈련된 보라매

 

정하선시집 (재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