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정하선
담배 값을 2.500원에서 4.500원으로 대폭 인상할 방침이란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거의 확실하다. 금연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한다. 돈이 많지 않은 청소년들의 금연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다.
저소득층에서 담배를 많이 피운다. 건강이 해로워지면 의료비가 많이 들어서 저소득층이 더 힘들어 지는데 저소득층의 의료비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란다.
비싸지면 아무래도 덜 사서 피울 것이라는 생각은 맞는 생각이다.
담배에 붙는 세금의 비중이 큰 만큼 정부의 세수확보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면 반대하는 의견도 만만찮은 것 같다.
담배는 삶이 고달픈 저 소득층에서 많이 피우는데, 저 소득층에서 많은 세금을 걷어가는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도 맞는 말이다.
나는 담배를 평생 피우지 않고 살았다. 담배 값이 오르든지 내리든지 나와는 무관하다. 하지만, 아들들이 담배를 피운다. 담배를 피우는 것을 한 번도 본 일은 없지만 피우는 모양이다. 담배는 끊어야 한다고 에둘러 말을 몇 번 했지만 소용이 없는 눈치다.
이제는 포기하고 끊으라는 말도 하지 않는다.
담배 값을 많이 올리면 그 애들이 담배를 끊을까? 아니면 소득도 적은 애들이 담배도 끊지 못하고 담배 값 지출만 늘어나는 것은 아닌지. 우산장사와 짚신장사를 둔 부모의 마음이 된다.
다행히 끊으면 좋으련만.
담배를 끊게 하는 것은 가격의 위협으로 효과를 얻을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이 가져야 할 결단력이라고 생각한다.
가격으로 따진다면 커피 한잔 값이 보통 5.000원 정도 한다.
커피 한잔 값이 5.000원이면 밥 한 그릇 값인데 하는 나의 생각은 고리타분한 늙은이 생각이다.
젊은 사람들은 식사 후 커피 한잔 마시는 것은 식사 후 숭늉 마시는 것보다 더 쉽게 생각한다. 기본으로 생각한다.
담배 값이 4.500원으로 오른다고 끊을까?
아예 올리려면 5만 원 아니면 10만 원 정도로 올리면(참고로 영국은 담배 한 갑에 23만 원 정도라고 한다) 많이 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도 찔끔찔끔 올리면 적응이 되어서 효과가 적을 것이다. 단번에 큰 충격을 주면 많이 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애연가나 담배농사를 짓는 사람, 담배장사에겐 미안한 생각이지만 내 아들들을 생각해서 하여 보는 지극히 사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이다.
사형장에 선 사형수에게 사형집행관이 물었다.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 피우실래요. “
“아녜요, 담배는 건강에 해로워서요. “
장수촌 취재를 간 기자가 백 살 된 할머니에게 물었다.
“할머니, 건강에 제일 해로운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
“그거 담배야, 담배.”
“할머니는 평생 담배 안 피우셨어요? “
“아냐, 피웠지, 하루 두 갑씩,”
“그럼 언제 끊으셨어요?”
“작년에 끊었어.”
담배가 해롭다는 것은 이런 유머가 아니라도 객관적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인정이 된 세상이 되었다.
담배 값 인상을 핑계로 내 아들들을 비롯해서 많은 사람이 금연을 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에 제일 중요한 것은 외부적인 요인보다는 내 가슴속에 있는 결단력이다. 하는 말을 한 번 더 덧붙인다.
정하선 에세이집(견디며 사는 나무. 이화문화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