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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실에서
정하선
온종일 수다 떨던
열쇠들도 다 제 집 찾아가
밤을 열고
엘리베이터에 오늘을 가득 싣고 올라간 사람들
환하게 풀어놓은 이야기의 불빛도
자정이 가까워
하나씩 눈을 감는다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밤
동지섣달 매서운 바람의 발톱
창문을 할퀸다
석유난로 하나 친구의 손길처럼
따스한 어루만짐을 등으로 느끼며
이 밤의 끝까지
손전등 추켜들고 어둠을 살피는.
정하선 시집 (재회. 월간문학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