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수위실에서

정하선 2021. 3. 30. 21:20

수위실에서

 

                정하선

 

 

 

 

온종일 수다 떨던

열쇠들도 다 제 집 찾아가

밤을 열고

엘리베이터에 오늘을 가득 싣고 올라간 사람들

환하게 풀어놓은 이야기의 불빛도

자정이 가까워

하나씩 눈을 감는다

개 짖는 소리도 들리지 않는 이 밤

동지섣달 매서운 바람의 발톱

창문을 할퀸다

석유난로 하나 친구의 손길처럼

따스한 어루만짐을 등으로 느끼며

이 밤의 끝까지

손전등 추켜들고 어둠을 살피는.

 

 

    정하선 시집 (재회. 월간문학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