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장
정하선
사장이 아닙니다
조그만 기업을 가졌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를 잘 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큰
기업체의 사장이란 걸
신용도가 제일이란 걸
작년 가을에도
밀 몇 가마니 빌려주었더니
일 년도 못되어 만기일 넘기기 전에
이자 몇 곱 얹어
꽃다발 한 아름 얹어
가져왔다는 걸
가을이면 낙엽처럼
색 바랜 어음쪽지들 날아들어도
싫은 척 한 번도 하지 않고
새 봄엔 더 푸르고 깨끗한 지폐로
이자 꼭꼭 얹어 갚아준다는 걸
살짝 한 가지만 더 귀띔해드릴 게요
그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더러 있어도
그의 호주머니에는 항상
초록색 꽃씨가 초콜릿처럼 들어있다는 것도
정하선시집 (재회. 월간문학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