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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장

정하선 2021. 4. 13. 20:26

소개장

 

                정하선

 

 

 

 

사장이 아닙니다

조그만 기업을 가졌을 뿐입니다

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를 잘 안다

이 세상에서 제일 큰

기업체의 사장이란 걸

신용도가 제일이란 걸

 

작년 가을에도

밀 몇 가마니 빌려주었더니

일 년도 못되어 만기일 넘기기 전에

이자 몇 곱 얹어

꽃다발 한 아름 얹어

가져왔다는 걸

 

가을이면 낙엽처럼

색 바랜 어음쪽지들 날아들어도

싫은 척 한 번도 하지 않고

새 봄엔 더 푸르고 깨끗한 지폐로

이자 꼭꼭 얹어 갚아준다는 걸

 

살짝 한 가지만 더 귀띔해드릴 게요

그를 믿지 못하는 사람들 더러 있어도

그의 호주머니에는 항상

초록색 꽃씨가 초콜릿처럼 들어있다는 것도

 

 

            정하선시집 (재회. 월간문학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