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정하선
10년을 근무했던 수위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주민들은 눈을 멀리 빼서 떠난 수위를 찾았지만
그가 근무하는 동안은
나무처럼 책임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책임감 외에는 가진 것 없는 수위라고 말을 하는 둥
고집이 참나무 같다고 말을 하는 둥
요령이 버드나무만 못하다고 말을 하는 둥
청설모처럼 요령 많은 수위가
떠나버린 수위를 점점 갉아 먹어갈 때
청설모 수위가 행동이 재빨라서 좋다고
인사성 있고 요령이 있어서 좋다고
골짜기 풀들이 서로 엉켜 귓속말로 흉을 보듯
아파트 으슥한 계단에서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청설모도 나무 수위가
있을 때 좋았지
지금은 별로라고
귀에 입에 손을 대고 바스락 거리면서
정하선시집(새재역에서. 시산맥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