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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위

정하선 2021. 4. 23. 20:58

수위

 

 

                      정하선

 

 

 

 

 

 

10년을 근무했던 수위가 떠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파트 주민들은 눈을 멀리 빼서 떠난 수위를 찾았지만

 

그가 근무하는 동안은

나무처럼 책임감이 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책임감 외에는 가진 것 없는 수위라고 말을 하는 둥

고집이 참나무 같다고 말을 하는 둥

요령이 버드나무만 못하다고 말을 하는 둥

 

청설모처럼 요령 많은 수위가

떠나버린 수위를 점점 갉아 먹어갈 때

청설모 수위가 행동이 재빨라서 좋다고

인사성 있고 요령이 있어서 좋다고

골짜기 풀들이 서로 엉켜 귓속말로 흉을 보듯

아파트 으슥한 계단에서 수군거리던 사람들이

 

청설모도 나무 수위가

있을 때 좋았지

지금은 별로라고

귀에 입에 손을 대고 바스락 거리면서

 

 

                  정하선시집(새재역에서. 시산맥 .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