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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에 가면

정하선 2021. 5. 13. 18:46

논에 가면

 

                            정하선

 

 

 

논두렁 콩은 항상 내 발소리를 기억했다.

아침마다 반가운 눈물 인양

내 바짓가랑이를 적셔주는 애교를 부리고

 

피는 벼 사이에 보일 듯 말 듯 자리 잡아

내 눈을 피해 항상 딴전을 부린다.

귀신 같이 몸을 감출 때도 있다.

 

못자리하던 날

내 기도를 기억하는 나락은

가을까지 잊지 않고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하고

 

 

                  정하선시집 (새재역에서 . 시산맥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