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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옥잠, 그 그리움

정하선 2021. 7. 21. 21:33

물옥잠, 그 그리움

 

                    정하선

 

 

 

 

내 가슴 부풀어 오르네

그리움으로 부풀어 오르네

삼월의 스무 살 냇버들 아래

맵시 고운 붕어 떼들 올라와

스치며 놀다간 뒤

벙긋거리던 작은 입

꿈꾸던 검은 눈

치렁하게 빗어 넘긴 머리는 물론

철없이 깔깔거리던 웃음까지도

애인 있어요, 라고 물어보던 볼 붉힘 까지도

내 몸 곳곳마다 세포의 미세한 구멍마다

향기 가득 꽃방석 깔고 들어와

떠나지 않네, 아직까지도

나는 잊지 못하네

잊지 못하네 부풀어 오르네

그리움으로 부풀어 오르네

그녀는 어느 물풀 사이 지금쯤

귀여운 새끼붕어 데리고,

그 사랑 조약돌로 눌러죽이고 살고있을까

부풀어 오른 몸 한 숟가락도 덜어내지 못 하네

겨울이 오고 흰 눈이 내리고 내 몸 삭아 내릴 때 까지

그리움 가득 안고 가슴 부풀며부풀며 살아가네

 

 

                    정하선 시집 (그리움도 행복입니다. 에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