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옥잠, 그 그리움
정하선
내 가슴 부풀어 오르네
그리움으로 부풀어 오르네
삼월의 스무 살 냇버들 아래
맵시 고운 붕어 떼들 올라와
스치며 놀다간 뒤
벙긋거리던 작은 입
꿈꾸던 검은 눈
치렁하게 빗어 넘긴 머리는 물론
철없이 깔깔거리던 웃음까지도
애인 있어요, 라고 물어보던 볼 붉힘 까지도
내 몸 곳곳마다 세포의 미세한 구멍마다
향기 가득 꽃방석 깔고 들어와
떠나지 않네, 아직까지도
나는 잊지 못하네
잊지 못하네 부풀어 오르네
그리움으로 부풀어 오르네
그녀는 어느 물풀 사이 지금쯤
귀여운 새끼붕어 데리고,
그 사랑 조약돌로 눌러죽이고 살고있을까
부풀어 오른 몸 한 숟가락도 덜어내지 못 하네
겨울이 오고 흰 눈이 내리고 내 몸 삭아 내릴 때 까지
그리움 가득 안고 가슴 부풀며부풀며 살아가네
정하선 시집 (그리움도 행복입니다. 에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