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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꽃이 그리운 계절

정하선 2021. 8. 7. 20:13

개나리꽃이 그리운 계절

 

                      정하선

 

 

 

 

공단 공원에 아니, 온 세상에

그때 해가 떠오를 때

해는 천년 동안 지지 않으려니

새들이 입 모아서 노래했는데

하루도 지나지 않아

해는 서쪽 하늘 구름 속에 혼자 숨고

예전에 떨었던 그 겨울이

또 다시 칼을 들고 찾아와 위협을 할 줄은

옮겨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뿌리 깊지 못한

아니 큰 나무라 해도 뿌리는

어느 조경업자에 의해 절단되었는지

바람이 불면 통째로 넘어질 것 같아

스스로 가지를 꺾어내야 하는 고통

꺾어진 상처에서 수액이 흐르고

온 몸에 수액이 끈끈한 수액이 어룽질 때

새들은 가지에 지었던 둥지를 잃고

식당 쓰레기마저 나오지 않는 길가에 앉아

어제 저녁 고급술로 만취한 술집 색시처럼

토사물로 허기의 발바닥을 적시고

온 사방에 세워져 있는 잡상인 출입금지란

차디찬 푯말에 얼어버린 부리를 문지르다

처진 날개를 구겨진 신문지처럼 덮을 때

그리도 아름답던 배가 하얀 깃털의 새는

이제 아침마다 흰 앞치마 자락에 손 닦으며

대문 앞에 나와 잘 다녀오세요.

말마저 눈동자마저 잃어버렸어도

길거리 나간 새가 돌아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어떻게 하든 서로를 감싸

체온을 유지해 보자고

공원 울타리 개나리 가는 가지

서로 의지하며 바람에 맞서 서있다

 

 

                정하선시집(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