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길 구멍가게
정하선
내 가게는
아파트상가지하식품 부
두 평반 좌판
순한 학생이 입학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난
학교폭력서클
내가 입점한지 얼마 안 돼
나를 둘러싸고 노려보는 학교폭력서클 같은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그랜드마트
밀입국한 외국인 불량학생 같은 까르푸 월마트는
성깔 더 더러운 이마트 홈플러스에게 자리를 팔고
차라리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려라
날 에워싸고 노려보지만 말고
밤이나 낮이나 에워싸고 있는 것이 더 무서워
엉엉 울어버리고 싶어도 울지도 못하고
그래도 근근이 버티는 나를
아주 죽여 버리고 말겠다는 듯이
끌어드린 300백 평짜리 중대형 똘멩이 슈퍼 서넛
노점상에게 자릿세 갈취하는 조폭보다 더 악독한
말리는 척 옆구리 찌르는 옆자리 앉은 학생 같은 년은
한 사람 당 3만원씩 하루 수 십 만원씩 챙기며
아파트 주차장자리 팔아 챙기는 부녀회장
교장 같은 구청장은 내가 무슨 힘 있어요.
저 위에다 말하세요. 업무가 바빠서요.
내 비명은 모른 척 무슨 서류인지 서류만 뒤적인다.
저 위에 계신 하느님 같은 국가는
들릴 듯 말 듯, 학교폭력 서클에게 그러지 마세요.
겨우 한마디 하고 두렵다는 듯 눈을 감아버린다.
그래도 먹여 살리는 건 그놈인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쥐구멍에는 볕들 날 있어도
구멍가게에는 볕들 날 없으리, 영 영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