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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구멍가게

정하선 2021. 8. 11. 21:15

골목길 구멍가게

 

                  정하선

 

 

 

 

내 가게는

아파트상가지하식품 부

두 평반 좌판

 

순한 학생이 입학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만난

학교폭력서클

 

내가 입점한지 얼마 안 돼

나를 둘러싸고 노려보는 학교폭력서클 같은

홈플러스 농협하나로마트 그랜드마트

밀입국한 외국인 불량학생 같은 까르푸 월마트는

성깔 더 더러운 이마트 홈플러스에게 자리를 팔고

 

차라리 발로 걷어차고 주먹으로 때려라

날 에워싸고 노려보지만 말고

밤이나 낮이나 에워싸고 있는 것이 더 무서워

엉엉 울어버리고 싶어도 울지도 못하고

 

그래도 근근이 버티는 나를

아주 죽여 버리고 말겠다는 듯이

끌어드린 300백 평짜리 중대형 똘멩이 슈퍼 서넛

노점상에게 자릿세 갈취하는 조폭보다 더 악독한

말리는 척 옆구리 찌르는 옆자리 앉은 학생 같은 년은

한 사람 당 3만원씩 하루 수 십 만원씩 챙기며

아파트 주차장자리 팔아 챙기는 부녀회장

 

 

교장 같은 구청장은 내가 무슨 힘 있어요.

저 위에다 말하세요. 업무가 바빠서요.

내 비명은 모른 척 무슨 서류인지 서류만 뒤적인다.

 

저 위에 계신 하느님 같은 국가는

들릴 듯 말 듯, 학교폭력 서클에게 그러지 마세요.

겨우 한마디 하고 두렵다는 듯 눈을 감아버린다.

그래도 먹여 살리는 건 그놈인데 속으로 생각하면서

 

쥐구멍에는 볕들 날 있어도

구멍가게에는 볕들 날 없으리, 영 영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