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달걀
정하선
출근도 못하면서
전철역 매점에서
삶은 달걀 하나 사먹는다
팍팍한 오늘을 사먹는다
하루 종일
발뒤꿈치 둥글게둥글게
팔꿈치 둥글게둥글게
닳게 할 수는 없을까
퇴근도 못하면서
전철역 매점에서
삶은 달걀 하나 사먹는다
채우지 못한 허기를 사먹는다
깨질 것 같아도 떨어뜨리면
깨질 것 같아도 깨지지 않고
금간 채 굴러가는
삶은, 삶은 달걀인가 보다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