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소
정하선
어머니 나라의 (情夫)
샛서방이 나누어 주는
막연한 말을 잔뜩 핥아먹고
배가 부풀어 고창증으로 죽은
암소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며
울화통을 꺼내며
밀도살에 걸릴까보아
어둠이 내리덮은 시간에
마을 사람들 모여 목소리 낮추고
얼굴을 숙인 채
쓸개도 약이라고 삼켜가며
입술 깨진 사기주발에 쐬주를 따라 마신다
아린 속을 저며 내듯
죽은 소의 살을 저며 낸다.
모기도 더욱 극성스러운 밤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에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