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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em 까치 건축학

정하선 2021. 9. 28. 21:27

까치 건축학

 

 

 정하선

 

 

 

 

까치가 강의를 한다

재건축아파트 공사장 앞

나무 위에서 아침 일찍

 

일생에 단 한 번

신혼 때 집을 짓는다고

평생을 보수해 산다고

 

생나무 꺾어다 집짓지 않고

삭정이만 물어다 집 짓는다고

 

삭정이라도 벚꽃 필 때 벚꽃이 필 때

벚꽃 길 밟아밟아 물어와

 

바람으로 벽 발라 바람 막고

구름그림자 떠 문 발라 열고 닫으며

가슴 털 한 장 한 장 구들장 깔아

 

빗물이 들어와도

가족들 가슴에 고여 있지 않는

집을 지어야 한다고

 

높은 나뭇가지 강단에서

두 날개를 펴고 꼬리를 흔들며

발을 구르며 온몸으로

열강을 한다

 

 

 

정하선시집(한 오백년. 월간문학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