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 건축학
정하선
까치가 강의를 한다
재건축아파트 공사장 앞
나무 위에서 아침 일찍
일생에 단 한 번
신혼 때 집을 짓는다고
평생을 보수해 산다고
생나무 꺾어다 집짓지 않고
삭정이만 물어다 집 짓는다고
삭정이라도 벚꽃 필 때 벚꽃이 필 때
벚꽃 길 밟아밟아 물어와
바람으로 벽 발라 바람 막고
구름그림자 떠 문 발라 열고 닫으며
가슴 털 한 장 한 장 구들장 깔아
빗물이 들어와도
가족들 가슴에 고여 있지 않는
집을 지어야 한다고
높은 나뭇가지 강단에서
두 날개를 펴고 꼬리를 흔들며
발을 구르며 온몸으로
열강을 한다
정하선시집(한 오백년. 월간문학 출판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