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세상
정하선
뻥튀기 세상
마을 어귀에 얼마 전에 세워진 세상
펑크 난 트럭의 이마에 세워진 세상
옥수수도 튀기고
쌀도 튀기고
가짜 쌀도 튀기고
뻥튀기 세상은
장사가 어찌도 잘되던지
떼돈 벌 거라는 마을 사람들의 소문
그 말조차 뻥튀어 놓았는지 모르지만
아무튼 이 골목을 지나는 사람들은
뻥튀기 세상 앞을 지나야 하는 사람들은
저마다 무엇이 되었든 뻥뻥 튀기어 보고 싶지만
아무도 뻥 튀어볼 수 없는
좁쌀만한 하루를
시계바늘이 짜 놓은 튼튼한 마대자루에서
꺼내어 보지도 못하고
튀기어 놓은 뻥 한 봉지 사 들고 집으로 향한다.
정하선 시집(재회)월간문학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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