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작

정하선 2024. 11. 11. 07:09


하작


                       정하선




먹통 같은 밤
도깨비불이 뛰어다니면
억수같이 비가 온다

깨탱이 벗고 멱감던 번강도
풀게 잡던 배수 또랑 게 구멍도
잘 되던 나락 밭도
논병아리 키우던 갈대숲도
머리카락 보이지 않는다
벌건 황토물 속에 숨도 못 쉬고
온통 흙탕물만 반질거리는 세력이다

비 오는 하늘 목을 길게 빼고
서럽게 서럽게
왜가리 울면서 간다
왝-왝- 창자를 토해낼 듯
울면서 간다.


2016 년 4월 25일

정하선 시집(송림동 닭알탕) 시산맥 202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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