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정하선
청양에 사는 구기자 농사꾼 홀아비와
남당에 사는 백합조개 잡아 파는 홀어미가
천안삼거리 버들 아래서 오월도 단오 넘어
나무에 물오르는 날 만났는데
그놈의 속궁합이 잘 맞지 않아 애태워하는 말이
차라리 매운 청양고추농사를 지을 걸
하필이면 이렇게 작은 구기자 농사를 지어서
이 말을 듣고 있던 홍성한우가
날 한 점만 잡숴보세유- 하고 늘어진 울음을 우는데
금산에 인삼이 질세라 미끈한 몸을 쓰다듬으면서
날 한 뿌리만 잡숴보세유-
그 뒤야 뭐라고 더 할 말이 있겠어유.
정하선 시집(송림동 닭알탕) 시산맥 202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