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란초

정하선 2026. 1. 11. 07:27

고란초

                    정하선





삼천궁녀 뛰어내리던 날
그중 제일 어린 궁녀의
비단 저고리 초록 고름이
저기 저 절벽 바위틈 등걸에
짙푸른 바람으로 걸려 있다가
한겨울에도 진초록으로 살아나서
천년이 지난 오늘 비 갠 새벽에
이슬 머금고 꽃으로나 피어서,
꽃으로나 피어나려 했을 것인데
그마저도 이루지 못하고 포자로
숨 가다듬다 겨우 남긴 꽃말.

꽃말: 포기하지 마세요


정하선 시집 (송림동 닭알탕)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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