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에 대한 생각
정하선
얼마 전 예식주례청탁을 받았을 때, 비행기 시간이 촉박하다고 예식진행을 최대한 빨리, 간단하게 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예식시간 한 시간 전에 예식장에 도착하여 주례단상에 놓인 혼인서약서와 마이크를 점검할 때다.
혼인서약서 위에 메모가 한 장 첨부되어 있었다. 읽어보니 ‘예식을 최대한 빨리 부탁합니다.‘ 라고 적힌 예약실의 메모였다.
예식시간을 5분정도 앞당겨 진행하려고 생각하고 있는데, 예식진행을 하는 아가씨가 오히려 10분간 늦게 시작을 해달라고 하였다.
사연인즉 축가를 부를 아가씨가 지금 dvd영상을 구려고 갔다고 하였다.
10분이 넘었는데도 오지를 않았다. 예식을 하는 도중에 오겠지 생각하고 나는 예식을 시작했다.
예식진행 중에 다른 예식에서 하던 멘트는 거의 생략하고 간단간단하게 꼭 필요한 부분만 진행을 하고 주례사 역시 간단명료하게 짧게 하면서 진행을 하였다.
예식이 거의 끝날 무렵 축가를 부를 시간이 되었다.
축가를 부르면서 보려고 한 영상이 펼쳐질 화면이 내려오고 dvd를 돌렸으나 제대로 작동이 안 되는 모양이었다. 영상은 고사하고 잡음만 흘러나왔다.
축가를 부르려고 나온 아가씨는 몹시 당황하였다.
안 되는 영상은 포기하고 그냥 생음악으로 부르라고 하였다. 그래놓고 눈치를 보니 가사를 다 모르는 모양이다. 그럼 노래 대신 춤이라도 추어서 축하를 하여주고 들어가면 좋지 않겠냐고 하였더니 그래도 노래를 하고 싶은 지 일절만 생각나는 대로 하겠다고 하고 영어가사의 노래를 한 두어줄 반복하다 들어갔다.
그러다보니 시간이 다른 예식보다 이삼십 분 늦게 끝이 났다.
신랑신부가 비행기 시간을 제대로 맞추었는지는 모르겠다.
나는 기본에 대해서 생각을 해보았다.
축가를 부르기로 약속이 되어 있으면 가사 정도는 아는 노래를 불러주어야 하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그리고 한 시간 전에 못 오면 삼십 분 전에라도 와서 미리 연습을 한두 번 해보는 것이 기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였다.
요사이 젊은 사람들은 자기위주로 자라서 그런지 기본을 잘 지키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다. 공중도덕에 어긋나지 않는 기본만큼은 지키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주춧돌이 잘 놓이고 튼튼해야 그 위에 지은 집이 튼튼하고 오래가는 법이다.
기본이 충실하고 기초가 튼튼해야 그 사람의 인생이 튼튼한 법이라 나는 생각을 한다.
옛날에는 남의 자식도 나무라고 꾸짖어 훈계를 하였지만 지금은 남의 자식훈계는 어려운 세상이 되어버렸다.
남의 자식에게 가르침을 주기는 어려울지라도 자기 자식이나 손자손녀들에게 기본을 가르치는 잔소리쯤은 하는 것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해야 하는 기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