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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철 단상

정하선 2014. 6. 15. 21:05

 

김장철 단상(斷想) 1

 

                정하선

 

 

 

 

아침, 신문을 펼치자 농협하나로마트 전단광고지가 끼어들어와 있었다.

 

 

아직 김장을 하지 않았기에 노란속이 꽉 찬 배추그림에 눈이 갔다.

해남절임배추 10kg에 19800원, 풍산절임배추는 15800원, 순천절임배추는 12800원이란 가격이 붙어있었다. 중량은 다 같은 10kg인데 가격이 각각 달랐다. 가격이 달라도 조금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고 12900원과 19800원, 큰 차이가 났다.

 

 

배추 값에 많은 차이가 날 일은 없을 것이다. 소금에도 값이 많은 차이가 나지는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일반적인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잘 알려진 브랜드 값, 아마도 그럴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마트에 가면 품질이나 량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이는 물건인데도 기업이름값으로 차이가 나는 것과 같은 원리일 것이다.

 

 

비단 배추나 마트물건 뿐이겠는가, 사람도 유명세에 따라서 이름값이 매겨진다. 한 시간 일하면 5·6천원 버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한두 시간 일하고 몇 백만 원을 받는 사람도 있다.

 

 

내가 20여 년 전 농사를 지을 때 경험으로 맛이 좋은 배추 고르는 방법을 말하자면 아래와 같다.

5·6십일 크면 수확하는 조생종배추보다는 100일에서 120일 정도 되어야 수학하는 만생종 배추가 맛이 더 좋다.

배추가 키가 큰 배추보다는 키가 작고 오동통하게 생긴 배추가 더 맛이 좋은 배추다.

배추의 잎맥(배추 잎 가운데 하얀 부분의 줄기)이 긴 것 보다는 넓은 것이 더 맛이 좋은 배추다.

뿌리를 자른 부분의 원의 크기가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맛이 좋았다. 보통 100원짜리 동전 하나 크기 정도는 무난한 것이다.

 

 

물론 기후, 토질, 비료나 수분관계 등 여러 가지 다른 요인이 맛을 다르게 할 수도 있지만 대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위와 같은 선별기준으로 배추를 고른다면 맛좋은 배추를 고를 수 있을 것이다.

 

 

제일 좋은 방법은 한 포기만 사서 잘라 먹어보고 맛이 있으면 필요한 만큼 사는 방법이 좋은 방법일 것이다.

 

 

소금은 오래될수록 간수가 빠져서 김장소금으로 쓰기 좋은 소금이 된다.

해남절임배추는 바닷물에 절인 배추라고 표기가 되어있었다. 우리도 어렸을 적에 소금 살 돈을 아끼느라 바닷물에 배추를 절여 김장을 한 때가 몇 년 있었다. 바닷물에 배추를 담가놓고 씻기를 두서너 번 하면 배추가 절여졌다. 아마도 그런 옛 방식을 쓰는 모양이다.

 

 

과정이야 어쩠던 인지도 즉,브랜드가치를 높여야 귀한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 물건이고 사람이고 간에 같은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것만큼은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