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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宅 앞에서

정하선 2015. 8. 23. 10:30

 

 

            古宅 앞에서

 

                     정하선

 

 

 

돌담에 돌멩이도

얌전히 발 개어 앉아 있는

푸르른 듯 검은 기왓장

매무새 정갈하다

작은 헛기침으로 피어난 매화꽃송이

담장 위에 조용히 향기롭고

안채엔 결 고운 젊은 마님

난초 한 촉 화선지에 피워내고 있을까

병풍에 잉어 연꽃 물고나와

문창호지에 금빛 비늘 비벼 떨어뜨리고 있을까

사랑채 댓돌 위에 가지런한 신발 댓 켤레

뒤뜰엔 문인화로 선 소나무 대나무 몇 그루

불어오는 바람 시원한 웃음

지금 안마당 가득 햇살들 앉혀두고

대청마루 위엄 도사려 있을 것 같은데

무겁게 입 다물고 있던 대문이

오래된 말로 빙긋이 열리며

천년 촉촉한 이끼 한 장 살며시

푸르게 쥐어줄 것 같다 내 두 손 꼭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