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못
정하선
목수는 튼튼한 집을 지으려
못을 쳤으나 잘 못 쳤다
못이 구부러지고 말았다
펜치로 펴보아도
망치로 두들겨 보아도
못은 처음 모습을 간직하지 못했다
차라리 못을 박지 않고 집을 지을 것을
목수는 후회 했지만
어디 그런 집짓기가 쉬운가
펜치로 잡고 망치로 머리를 두드려
겨우 박아놓았지만
저 못은 평생 구부러진 몸으로
자신이 짊어져야할 짐
지고 있을 것이다
목수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새 못 대신 구부러진 못을 그나마
버리지 않았다는, 제 자리에 심었다는
자부심 한 가닥이 못대가리 위에서 반짝거릴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