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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궁이 없는 여자 3

정하선 2015. 12. 29. 08:21

  

  자궁이 없는 여자 3

 

 

                             정하선

 

 

나는 이제 자궁이 없는 팔월공산 껍데기

매조나 사꾸라광짝을 만나본들

따라지 밖에 더 되리

 

차라리 서리 맞은 국화를 만나면

빼도 박도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일곱 끗

단풍 말라붙은 등짝에

흑사리 홍사리 마른 비듬으로 가려울 때

서로서로 가려운 등이나 긁어주면서

 

모란꽃에 칼라 사진 찍던 옛날 생각하며

학 울음 우는 솔숲에 초막 하나 짓고

무덤에 스님 울어 비 내리도록

그대는 난초나 치시고

나는 맑은 술 빚으며

오동나무 널판위에 줄 걸어 음을 고르리.

 

알짜로 그리는 스물 네 시간

세상은 아직도 포근한 방석

깔 장들 두껍게 남아있는 날들

마음으로 피운 꽃이 더 향기로움을

이제 사 알았습니다.

 

정하선시집 -무지개창살이 있는(예지북스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