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이 없는 여자 3
정하선
나는 이제 자궁이 없는 팔월공산 껍데기
매조나 사꾸라광짝을 만나본들
따라지 밖에 더 되리
차라리 서리 맞은 국화를 만나면
빼도 박도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일곱 끗
단풍 말라붙은 등짝에
흑사리 홍사리 마른 비듬으로 가려울 때
서로서로 가려운 등이나 긁어주면서
모란꽃에 칼라 사진 찍던 옛날 생각하며
학 울음 우는 솔숲에 초막 하나 짓고
무덤에 스님 울어 비 내리도록
그대는 난초나 치시고
나는 맑은 술 빚으며
오동나무 널판위에 줄 걸어 음을 고르리.
알짜로 그리는 스물 네 시간
세상은 아직도 포근한 방석
깔 장들 두껍게 남아있는 날들
마음으로 피운 꽃이 더 향기로움을
이제 사 알았습니다.
정하선시집 -무지개창살이 있는(예지북스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