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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추값이 금값이다

정하선 2017. 8. 7. 07:20

 

 

 

 

 

 

상추 값이 금값, 비싸서 더 맛이 있다

 

 

                                 정하선

 

 

 

상추 값이 금값이다. 며칠 전 마트에 갔더니 야채류가 100G에 2500원이라 써 붙여져 있었다. 400G 한 근이면 만원이다. 상추 한 박스에 8만원이라고 며칠 전 보도에서 보았는데 한 박스면 10만원 꼴이다. 돼지고기보다 비싸다. 돼지고기는 한 근이 600g이다. 한 근에 삼겹살이 만이삼천 원 정도 간다. 삶아먹는 살코기는 사오천 원이면 살 수 있다. 상추에 돼지고기를 싸먹은 것이 아니고 돼지고기를 상추에 싸먹는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언제나 이맘때가 되면 상추 값이 금값이 되었지만 올해는 긴 가뭄과 갑자기 많이 온 비 때문에 다른 해보다 여름채소 값이 더 비싼 모양이다.

 

어제 집에 오니 보들보들한 어린상추가 한 바구니 식탁에 놓여있었다. 가까이 사는 큰딸이 가져다놓고 간 거다. 상추며 풋고추· 토마토· 부추· 가지· 풋호박· 오이 등 골고루 많이도 가져다놓고 갔다.

사위가 김포고촌에 주말농장을 한 오십 평 얻어서 이것저것 골고루 심어서 가꾼다. 나도 가끔 가지만 내가 못 갈 때면 딸이 가거나 사위가 가서 이것저것 수확하여 갈 때마다 집에 푸짐하게 가져다 놓고 간다.

 

아내가 내일 고기사서 싸먹자고 한다. 내가 그냥 싸먹으면 맛있겠다고 저녁에 먹자고 하였다. 어린상추라 연하여 보들보들함이 혀에 착 감긴다. 평생 상추 꼴을 못 본 것처럼 맛있는 상추쌈을 하였다. 우리입도 비싼 걸 잘 안다. 귀하면 더 맛있게 땅긴다. 비싸면 더 맛있게 땅긴다.

상추가 봄에 막 나와서 얼마동안은 매일매일 먹어도 맛이 있다. 어느 정도 먹으면 맛이 떨어지고 손이 멀어진다. 여름휴가철 이때가 되면 또 귀해지고 맛이 있다. 가을김장거리인 무·배추와 같이 심어서 어린상추가 나올 때가 되면 또 맛이 있다. 가을 채소가 휘늘어지면 그때는 상추보다 배추쌈이 더 맛이 있어진다.

 

우리가족들은 외식을 할 때 고기집에 가면 상추를 많이 주는 걸 좋아한다.

가족들이 다 상추를 좋아한다. 상추를 조금씩 감질나게 주는 집에 가면 상추를 자주 달라고 하기도 미안하다. 말은 안 해도 부족함을 조금씩 안고 돌아온다.

지금처럼 상추가 비싸면 고기집에 잘 가지 않는다. 비싼 상추를 더 달라고 하기가 미안해서다.

야채셀프 집에 가거나, 우리 식성을 알고 상추를 많이 가져다 놓아주는 집에 가면 만족감은 배가 되어서 돌아온다.

 

주말농장에 가면 1번 아저씨는 한여름인 이때 먹을 상추를 아주 잘 가꾸어 놓는다. 곁에서 보면 여름상추가 안 된다는 말이 무색하다. 봄상추가 거의 절정에 이를 무렵 상추씨를 파종하는 모양이다. 상추를 파종하고 비닐터널을 씌워 양옆을 걷어 올려놓고 위에 차광 망으로 그늘을 만들어주어서 기르는 것을 보았다. 지금 몇 년째 그렇게 기르는 것을 보았는데 거기서 배워서 사위도 여름상추재배를 했나보다. 두 주일 전쯤 밭에 갔을 때 상추가 조금씩 자라있더니 지금 딱 먹기 좋을 정도로 자라서 이렇게 뜯어다 놓고 간 것이다.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