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플러
외 2편
정하선
뭘 저리 쓸어낼 게 있다고
가을 하늘을 쓸고 있담, 저 나무는
흰 구름 몇 점도 쓸어낸 지 오랜데
발밑에 떨구어 놓은 제 잎이나 쓸어내지
아닐 거야, 그것은 내가, 나무의 마음이
가는 길을 미처 따르지 못하였을 뿐
아무리 맑고 깨끗하다고 말들 해도
먼지가 사방에 널려있는 세상살이
쓸어낼 게 없을 라고
동안거스님이 깨끗한 돌계단을 쓸듯
저렇게 열심히 쓸고 있는 것은
저가 저를 쓸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잖아
떨어진 잎사귀야 눈에 보이는 먼지일 뿐
눈에 보이는 것이야 그대로 놓아둔들
눈에 보이지 않은 몸속 깊이 숨은
먼지들, 생각들
평생을 쓸어도, 쓸어도 못 다 쓸어낼
마음에 묻은 생각들을 쓸어내기 위해
하늘을 쓸고, 쓸고 또 쓸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할아버지도 그러셨어
쓸고, 쓸고 또 쓸으셨어
지푸라기 하나 없는 앞 마당을
전쟁으로 자식 먼저 보내고
누구의 죄도 아니라면서
저 포플러의 키가 저리 높은 것은, 오늘
장마
곡성댁 이제 그만 울어요
아이들 생각도 해야지
그렇게 울기만하면 어쩔 거요
지아비 잃은 아낙네
몇날 며칠을 울고 울어도
가슴속 설움은 끝이 없는지
드디어 독한마음 먹었는지
옷 갈아입고 호미 들고 나서는 날
바람도 측은 하여 고개 숙이고
목련
흰 나비 한 떼
어느 따뜻한 마음속에서
눈 내리는 겨울을 나고
마른 나뭇가지 찾아와
품앗이 하여 종일토록
새싹을 심는가
이미 잊혀진
먼 나라의 의식을 되찾아주려고
혼을 불러들이는
군무를 추고 있는가
정하선 시집 (재회)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