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석
외 2편
정하선
까치도 없는 칠월칠석을
한탄강 강가에서 밤 세운다
저 하늘에 별도 그리우면 일 년에 한 번
그 넓은 은하에 강을 건너 만날 수 있다던데
우리는 무슨 죄 지었기에
손바닥만 한 땅 나누어
소리쳐 부르면 들릴
손금보다 좁은 강 하나 사이에 두고
스스로 친 철조망 사이로 서로의 눈물만 보아야하는가
스스로 친 철조망 사이로 서로의 한숨만 얽어야하는가
서울에 까치도 여기엔 올 수 없는가
평양에 까치도 여기엔 올 수 없는가
머리가 벗겨지도록 그리움으로 다리 놓아줄
까치 한 마리 없겠끔
그리움이 적었단 말인가
행여나 강 건너 너는
이날을 깜박 잊은 것은 아닌가
한탄강 강가에서 바라만 본다, 견우와 직녀
손바닥 펴놓고 손금보다 좁은 강을 보면서
이것도 운명인가고
생각 위로 구름이 낀다 비가 내릴 듯
견우와 직녀의 애끓는 그리움 사이로
부모님 모습 자식의 모습 끼어든다면
신이 부리는 까치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걸
때죽나무
별처럼
흰 꽃들이
쏟아져 있네
풀밭 여기저기
수류탄
하나씩을
허리에 차고
전쟁터로 나간
병사는
젊은 병사
별처럼 하얀
꽃들 누워있네.
바람도 잠자고
신혼의 꿈 때 묻기 전
헤어졌던 이산가족 부부 상봉
그리다 그리다 서로 목메어 그리다
갈 수 없어 만날 수 없어 잊은 듯 잊고 보낸
차마 잊지 못할 세월 50년
이제 서로 만나긴 하였다 해도
그들이 무슨 죄 지었단 말인가
면회소에서 죄수가 면회인 만나듯
시간 금그어놓고 짧은 시간 만나야 하는
이제 늙어 고추마저 시들어
잠자리인들 할 수 있을까마는
마음은 그때 그 시절 그대로인데
하룻밤 서로 껴안고 몸 비비며
몸 비비며 한 이불 속 잠자리도 못해보고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또 다시 이별
죽어 영영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별
정녕 꼭 헤어져야 한단 말인가
눈물 젖은 손 마주잡고 헤어지지 못하는데
바람도 나뭇가지 흔들지 못하네
정하선 시집 (재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