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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때죽나무

정하선 2020. 4. 3. 21:11

   칠석

                    외 2편

                           정하선

 

 

까치도 없는 칠월칠석을

한탄강 강가에서 밤 세운다

저 하늘에 별도 그리우면 일 년에 한 번

그 넓은 은하에 강을 건너 만날 수 있다던데

우리는 무슨 죄 지었기에

손바닥만 한 땅 나누어

소리쳐 부르면 들릴

손금보다 좁은 강 하나 사이에 두고

스스로 친 철조망 사이로 서로의 눈물만 보아야하는가

스스로 친 철조망 사이로 서로의 한숨만 얽어야하는가

서울에 까치도 여기엔 올 수 없는가

평양에 까치도 여기엔 올 수 없는가

머리가 벗겨지도록 그리움으로 다리 놓아줄

까치 한 마리 없겠끔

그리움이 적었단 말인가

행여나 강 건너 너는

이날을 깜박 잊은 것은 아닌가

한탄강 강가에서 바라만 본다, 견우와 직녀

손바닥 펴놓고 손금보다 좁은 강을 보면서

이것도 운명인가고

생각 위로 구름이 낀다 비가 내릴 듯

견우와 직녀의 애끓는 그리움 사이로

부모님 모습 자식의 모습 끼어든다면

신이 부리는 까치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걸

 

 

 

   때죽나무

 

 

 

별처럼

흰 꽃들이

쏟아져 있네

풀밭 여기저기

 

 

수류탄

하나씩을

허리에 차고

전쟁터로 나간

 

 

병사는

젊은 병사

별처럼 하얀

꽃들 누워있네.

 

 

 

    바람도 잠자고

 

 

 

신혼의 꿈 때 묻기 전

헤어졌던 이산가족 부부 상봉

그리다 그리다 서로 목메어 그리다

갈 수 없어 만날 수 없어 잊은 듯 잊고 보낸

차마 잊지 못할 세월 50년

이제 서로 만나긴 하였다 해도

그들이 무슨 죄 지었단 말인가

면회소에서 죄수가 면회인 만나듯

시간 금그어놓고 짧은 시간 만나야 하는

이제 늙어 고추마저 시들어

잠자리인들 할 수 있을까마는

마음은 그때 그 시절 그대로인데

하룻밤 서로 껴안고 몸 비비며

몸 비비며 한 이불 속 잠자리도 못해보고

언제 다시 만날지도 모르는 또 다시 이별

죽어 영영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 이별

정녕 꼭 헤어져야 한단 말인가

눈물 젖은 손 마주잡고 헤어지지 못하는데

바람도 나뭇가지 흔들지 못하네

정하선 시집 (재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