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
외 2편
정하선
이대로만 있게 해주시옵소서
지금 서있는 이곳 잔디밭 평지
그냥 잔디만 뜯어먹고 있어도 좋나이다
아침에 눈뜨면 곁에는 암노루와 새끼노루
뒷산에 소나무들 가지 벌려 아침체조하고
옆에는 오리나무 떡갈나무 아침상 차리는
나와 이 땅 매일 보는 토끼와 여우
오소리며 쥐새끼며 실배암 내 몸에 이 까지도
그냥 이대로만 있게 해주시옵소서
정하선 시집 (한 오백년) 중에서
경전
무거운
경전들을
많이 읽어야
가볍다네, 죽음.
폭죽
어느 뉘
던지었나,
어둠 자르는
수십 자루 칼 춤.
정하선 민조시집 (석간송 석간수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