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노출 f 2001

정하선 2021. 7. 29. 21:03

노출f 2001

 

                   정하선

 

 

 

 

 

강간을 당한다

나는 지금

지하철 차 안에서

얼굴도 보이지 않는 놈에게

 

살인을 당한다

나는 지금

나의 심장을

나의 두개골을

소리도 없이 흔적도 없이

꿰뚫는 놈

아무도 그놈을 본 사람 없다

증인을 서줄 사람도 없다

 

심장을 꿰뚫어도

두개골을 꿰뚫어도

내가 살아 있다는 것

참 이상한 일이다

그래서 이 세상은 살만한

세상인가

 

나를 강간한 놈

나의 두개골을 뚫은 놈

그 놈이 옆 사람

휴대전화 속으로

재빨리 숨어들었는지

 

급히 들리는 비상 신호음

 

           정하선시집 (무지개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