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떡같이 술 취한 날
정하선
동네잔치 집에 다녀온
나, 라는 인간
떡에다 고기에다 술에다
배가 터지도록 얻어먹고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조물주란 놈 사람을 만들 때
배를 두개로 만들 것이지
하나는 배부를 때 저장 했다가
배고플 때 꺼내 먹을 수 있도록
장기 저장창고 형으로 만들 것이지
아니야, 아니야 그렇게 했으면
맛있는 음식 볼 때 마다
배를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또 조물주를 원망할 거야
배를 세 개를 만들 것이지 하고 말이야
역시 사람은 배를 하나로 만들어 놓길
잘 했어, 그래 잘 했어
나 술 취한 소리 같지만
역시 조물주는 똑똑해
정하선시집(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