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쇠
정하선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아무리 찾아도 없다, 오른쪽 바지주머니에도, 왼쪽 바지주머니에도, 저고리 속주머니에도, 오던 길 되돌아보아도, 방문을 열어야 하는데, 자물쇠를 열어야 하는데, 아침에 주머니 속에 넣은 것 같은데, 분명히 넣은 것 같은데, 아무리 찾아도 없다, 언젠가 옆집 사람이 하듯이 철사를 구부려 쑤셔볼까, 그러다 아주 고장 나면 어떡해, 열쇠 장사가 자물쇠만 준거야, 아, 맞아, 그래, 틀림없어, 아니야, 그럴 리는 없는데, 어디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고, 어쩜 자물쇠 바로 밑에 떨어져있을지도 모르잖아, 왜 아직까지 그걸 생각 못했지, 어렸을 때 할아버지도 그랬어, 담뱃대 손에 쥐고 다른 곳만 찾으셨어, 하지만 생각조차 잃어버린, 내 생각일지도 몰라, 할아버지가 잃어버린 곳에, 나의 열쇠도 잃어버린 것을.
정하선시집(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