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정하선
새를 가두고 집을 나온다
아침밥을 잘 지어주는
고운 목소리로 잘 다녀오세요 말해주는
앵무새를 가두어 놓고
요사이 도둑놈이 많아서 조심해야 해
라고 말하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근다
나는 하루 종일 새가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살짝 새장을 빠져나와
가로수 위를 날아다녔는지
공원에 꽃나무 가지 위를 날아다녔는지
모른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른다
저녁이면 아침 그대로
얼마나 수고 하셨어요
새가 안에서 자물쇠를 잠그는 것을 보면서도
새에게도 열쇠가 있다는 걸 다시 보면서도
고운 목소리에 빠져든다 하루를 털어버리고
그녀의 목소리 속에 나를 가둔다
정하선시집(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k-poem 비 (0) | 2021.09.16 |
---|---|
k-poem 소 (0) | 2021.09.15 |
k-poem 지난밤 (0) | 2021.09.14 |
k-poem 간벌 (0) | 2021.09.14 |
k-poem 늙은 소 (0) | 2021.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