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정하선 2021. 9. 15. 20:45

 

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정하선

 

 

 

 

새를 가두고 집을 나온다

아침밥을 잘 지어주는

고운 목소리로 잘 다녀오세요 말해주는

앵무새를 가두어 놓고

요사이 도둑놈이 많아서 조심해야 해

라고 말하고 밖에서 자물쇠를 잠근다

 

나는 하루 종일 새가 무엇을 했는지 모른다

살짝 새장을 빠져나와

가로수 위를 날아다녔는지

공원에 꽃나무 가지 위를 날아다녔는지

모른다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른다

저녁이면 아침 그대로

얼마나 수고 하셨어요

 

새가 안에서 자물쇠를 잠그는 것을 보면서도

새에게도 열쇠가 있다는 걸 다시 보면서도

고운 목소리에 빠져든다 하루를 털어버리고

그녀의 목소리 속에 나를 가둔다

 

              정하선시집(무지개 창살이 있는 감옥. 예지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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