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oem 탄생

정하선 2021. 10. 20. 19:38

 

탄생

 

 

                  정하선

 

 

 

 

죽석방 윗목에 호비 추린 볏짚 깔고

검붉은 옻칠 옷 입은 소반 앉혀

새벽 샘물 떠다 올린 백자종지기

놋쇠밥그릇에 쌀 가득 담아

수저에 무명타래실 맺어 꽂아

피마자기름접시 창호심지에 타는 불꽃

백설기 시루 안 맑은 불빛 가득

할머니는 찬물에 머리 감아 빗고

두 손 모아 빌었다

삼신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영광정씨 가문에 십대 종손

삼천갑자 동방삭이 명 주시고

부귀는 하늘에 닿게 해주십시오

삼신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사립문에 나직이 쳐놓은 고추금줄

대문은 활짝 열어두셨다

 

 

              정하선시집(한 오백년. 월간문학출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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