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
정하선
죽석방 윗목에 호비 추린 볏짚 깔고
검붉은 옻칠 옷 입은 소반 앉혀
새벽 샘물 떠다 올린 백자종지기
놋쇠밥그릇에 쌀 가득 담아
수저에 무명타래실 맺어 꽂아
피마자기름접시 창호심지에 타는 불꽃
백설기 시루 안 맑은 불빛 가득
할머니는 찬물에 머리 감아 빗고
두 손 모아 빌었다
삼신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영광정씨 가문에 십대 종손
삼천갑자 동방삭이 명 주시고
부귀는 하늘에 닿게 해주십시오
삼신님께 비나이다 비나이다
사립문에 나직이 쳐놓은 고추금줄
대문은 활짝 열어두셨다
정하선시집(한 오백년. 월간문학출판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k-poem 어머니 (0) | 2021.10.21 |
---|---|
k-poem 30년 (0) | 2021.10.20 |
k-poem 봄인디 (0) | 2021.10.19 |
k-poem 제삿날 생각 (0) | 2021.10.19 |
k-poem 반짝이 옷을 입은 눈물 (0) | 2021.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