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어 세 마리

정하선 2026. 2. 8. 08:13

잉어 세 마리
-동문수학-

정하선



벼루의 먹물 속에서 잉어 세 마리가
부화를 하였다
비늘을 서로 비비며
승천을 꿈꾸고
병풍의 폭포를 뛰어올랐지만
쏟아지는 물의 힘은 너무나 강했다
사력을 다해 뛰어오르기를 수십 번
한 마리는 기진맥진하여 흐르는
물살에 휩쓸려가 버리고
한 마리는 정면 돌파를 포기하고
가장자리의 물을 타고 기어코 올라갔지만
한 마리는 지느러미를 접고
냇고랑과 논 다랑이에 흘러들어
피라미 붕어와 함께 물풀을 뜯어먹다가도
가끔 자신의 수염을 만져보며,
논물에 비친 푸르고 푸른 하늘을 내려다보고
흰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금 비늘 옷을 입고 있을 한 마리 잉어를 생각하다가
별이 되어버린 한 마리 잉어가 생각이 나
눈을 가만히 감다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나는 더 많은 붕어와 피라미 떼를 그의 곁에 그려달라고
화가에게 부탁하고 싶었다


정하선 시집(가볍고 경쾌하게) 시산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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