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 poem 대머리 무덤

정하선 2026. 2. 13. 07:38

k -poem 대머리 무덤

정하선

할아버지 무덤이 대머리다
흙속에 술이 찰랑거려 잔디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는가
붉은 황토흙도 술이 거나하다

저놈의 영감탱이
뒤통수에 대고 주먹 못을 박거나
맞아도 맞은 줄 모르는 손가락 총을 놓거나
할머니의 잔디 같은 날들이
미워도 미워할 수 없는
호미같이 곱게 살짝 굽은 미움이
속으로 스며들어 뿌리를 잘라버렸는가

심어도 심어도 잔디는
비료를 뿌려도 탈모 샴푸를 뿌려도 자라지 않아
가발 대신 올해는 꽃잔디를 심었다
대머리에 꽃을 꽂고 있으면
손자들이 무릎에 앉아
재롱을 부리다 웃어버리겠지
새들이 울려고 왔다가 웃어버리겠지
속도 모르는 할아버지
할아버지도 따라서 웃어버릴 거야

정하선 시집 (가볍고 경쾌하게) 시산맥

'' 카테고리의 다른 글

k-poem 아내의 브레지어  (2) 2026.02.18
k-poem 정월 초하루  (0) 2026.02.14
k-poem 응강  (0) 2026.02.12
초록불 켜졌다고  (0) 2026.02.11
더덕, 세 개  (0) 2026.02.10